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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경제, 단기적 약세국면을 지날 뿐


세계 경제, 단기적 약세국면을 지날 뿐
  • 골드만삭스자산운용 공동대표
입력 : 2011.06.24 13:50
투자자들이 갈림길에 서게 됐다. 회복세가 둔화된 세계 경제가 일시적 약세 국면(소프트 패치)을 지나는 것인지, 아니면 본격적 경기하강 국면에 접어들어 투자 포트폴리오를 경기방어적으로 전면 조정해야 하는지 판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현재 세계 경제는 더블딥(경제가 회복한 후 다시 침체되는 현상)의 초입이 아니라 단기적 약세 국면을 지나는 것으로 보인다. 투자 전략 역시 이에 맞춰야 한다.

 
인플레이션 완화

우선 생각해 볼 점은 경제 회복세가 일시 둔화된 상황이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 니라는 사실이다. 작년 하반기 시작된 선진국 경기의 회복세는 작년 말부터는 원자재가격 상승과 인플레이션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올 들어 경기 회복세가 일시적으로 둔화되면서 성장경제권(중국·브라질·인도·러시아 등 브릭스 4개국과 한국·인도네시아·터키·멕시코 등 세계 경제에서 비중이 큰 신흥국가)의 최대 당면 과제인 인플레이션 압력이 줄어들고, 이에 따라 각국도 긴축정책을 완화시킬 여력이 생긴다.

골드만삭스자산운용의 짐 오닐(Jim O'Neill) 회장의 분석에 따르면 경기 회복세의 일시적 둔화와 이에 따른 원자재가격의 단기 하락반전, 그리고 금리 인상 기조의 완화가 동반되는 '미드사이클 슬로다운(Mid-cycle slowdown·경기순환 중반 둔화국면)' 시기에는 주식시장의 상승 기조가 유지되는 경향이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제조업 설비 가동률이 85%에 이르러 잉여생산 능력이 한계에 다다르고 있고 이에 따라 근원인플레이션(유가·식품가격 등 단기적인 등락이 심한 항목을 뺀 장기적 물가)이 상승하고 있다. 경기상승세가 어느 정도 둔화되는 현재 상황은 물가상승에 따라 금리를 올려야 할지 고민하는 한국은행의 걱정을 덜어주고 주식시장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는 장기 과제

최근 골드만삭스증권 경제리서치팀은 2011~2012년 미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3.5% 수준으로 0.5%포인트 하향조정했다. 에너지 가격의 상승, 일본 대지진에 따른 일시적인 생산 차질, 그리고 미 의회의 강도 높은 재정적자 축소 계획을 주요 요인으로 밝혔다. 하지만 연평균 성장전망은 올 1분기 1.8%(연율 기준)보다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면서 올 하반기 성장률이 다시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물론 주택시장 공급과잉 문제처럼 해결하는 데 수년이 걸릴 문제도 있긴 하지만 미국에서는 이 문제를 풀 실마리가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미국 가계의 채무상환능력이 향상됐고 금융기관들의 대출기준이 완화되기 시작했다.

중국의 긴축정책 완화 가능성

성장경제권에서는 중국 경제의 움직임이 중요하다. 최근 중국의 거시지표는 긴축정책의 효과가 나타나며 성장세가 과열 기미를 벗어나 안정적인 7~8% 수준에 접어들고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세가 아직 중국인민은행의 목표치인 4% 수준을 웃돌고 있지만 점차 완화되는 추세다. 유가와 농산물 가격이 동반 하락하면서 하반기 소비자물가 상승세를 완화시키고 돈을 조이는 데 치중해왔던 중국 당국의 통화신용정책에 변화가 나타날 수도 있다. 이런 조건들로 볼 때 하반기 중국 주식시장은 내수업종을 중심으로 반등할 가능성이 있다.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기업과 주식시장에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원화 절상 압력받을 가능성

세계 경기 회복세 둔화에 비추어 우리가 주목해야 할 주요 거시변수는 원화 환율이다. 원화는 대체로 경기상승 국면에서는 강세를 보이고 경기하강 국면에서는 약세를 보였다. 최근 경기상승세가 둔화되면서 달러 대비 원화의 환율은 소폭 상승(원화 약세)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1분기 선진국으로 쏠렸던 돈의 흐름이 다시 신흥경제권으로 이동하게 된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실질실효환율로 볼 때 과거보다 저평가돼 있는 원화는 다시 절상압력에 처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여기에는 정책이라는 변수가 있다. 경기 전망이 악화된 상황에서 한국 정책당국이 상대적인 고환율 정책으로 회귀할지 조심스럽게 지켜봐야 할 시점이라 판단된다.

성장경제권 주식·원자재 투자에 다시 관심 가질 때

단기적으로 경기 전망이 불투명해짐에 따라 전 세계 자금이 안전자산이나 채권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특히 성장경제권에서는 근원 인플레이션이 상승하는 추세에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채권금리의 상승 추세(채권 가격 하락)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인플레이션 압력과 원자재 가격 상승은 2012년 세계 경제가 경기확장국면의 성숙기로 접어들면서 더욱 중요한 변수로 재등장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경기확장 초기국면에는 기업의 실적이 개선되면서 주식시장이 좋아지고, 경기사이클 성숙기에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지면서 원자재시장이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측면에서 투자자들은 성장경제권 주식시장을 주목하는 동시에 인플레이션 헤지(hedge·위험회피) 수단으로 원자재시장 투자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