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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킷 브레이크·사이드 카`…패닉빠진 증시 이모저모


`서킷 브레이크·사이드 카`…패닉빠진 증시 이모저모
손절매 나선 펀드…풋ELW 2만% 대박도
기사입력 2011.08.08 17:35:17 | 최종수정 2011.08.08 17:38:20 트위터 미투데이 블로그 스크랩
 

미국 신용등급 강등 여파로 국내 증시가 급락하자 서울 시내 증권사 객장에서 한 투자자가 망연자실한 모습으로 고개를 숙이고 있다. <사진 = 김호영 기자>

코스피가 불과 5일 만에 14% 가까이 폭락하며 투자자들이 패닉에 빠져들었다. 특히 8일 오전만 해도 안정을 찾을 듯 보였던 증시가 오후 들어 서킷 브레이크(코스닥)와 사이드 카(코스피200 선물)가 발동될 만큼 급랭하면서 간간이 남아 있던 긍정론도 자취를 감추고 있다. 랩과 펀드를 운용하는 투자자문사와 자산운용사들은 손실 한도를 관리하는 데 비상이 걸렸다. 주가가 하락할 때 수익을 내는 인버스 ETF가 인기를 끄는 등 투자 패턴도 확연히 바뀌고 있다. 그나마 외국인들이 2조원 넘게 팔아치우는 동안 연기금이 1조3000억원어치 이상을 사들이며 시장을 떠받친 게 그나마 위안이었다.

◆ 펀드 손절매 비상

= 주가가 속수무책으로 빠지는 데는 자산운용사와 투자자문사들의 로스컷(손절매) 영향도 큰 것으로 분석된다. 운용사와 자문사는 통상 기관과 투자일임계약을 맺을 때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손실한도를 사전에 정한다.

그러다가 손실폭이 한도를 초과하면 일임계약을 자동으로 해지한다. 일반적으로 손실한도는 -15~-10% 선이다.

예를 들어 펀드 설정 당시 기준가가 100원이었다면 85~90원 아래로 떨어질 경우 보유 주식을 일괄 처분한 뒤 펀드를 청산하게 된다.

문제는 펀드 청산 매물을 받아줄 주체가 없다 보니 주가는 더 떨어지고 또다시 로스컷을 해야 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된다는 점이다. 한 펀드에서만 많게는 수천억 원대 매물이 쏟아지다 보니 당할 재간이 없는 상황이다.

◆ 외국인 공매도 급증

= 지난 한 주 지수가 급락하면서 외국인이 중심이 되는 공매도도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은 특히 시가총액 상위 종목에 대한 공매도를 늘리면서 시장 하락을 주도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주 코스피200 종목의 대차잔고는 약 2877만주 증가했다. 이는 금액상으로는 약 2조원에 상당한다. 대차잔고가 늘어날수록 공매도 물량도 늘어난다. 외국인 현물 순매도가 시작됐던 지난달 11일부터 29일간 평균 대차잔고 증가량이 566만주였던 것을 감안하면 대차잔고가 단기간에 크게 늘어난 것이다.

김현준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주 이전 외국인 순매도가 대부분 차익실현 목적이었던 반면 지난주 외국인 순매도는 적극적인 하락 베팅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대차잔고와 함께 전체 거래량 중 공매도 비중도 3.47%로 크게 늘었다.

지난주에는 시가총액 상위 종목에 대한 공매도가 강하게 나타났다. 금액상으로는 삼성전자 포스코 현대중공업 삼성전기의 공매도 규모가 컸다. 전체 유동 주식 수 대비 대차잔고 증가량 비중이 높았던 종목은 한전기술 삼성전기 현대상선 등이었다.

◆ 주가 방어나선 연기금

= 국내 증시 폭락 국면에서 연기금들은 꾸준히 주식을 사 모았다.

연기금은 지난 2일 1849억원으로 매수 규모를 크게 늘린 데 이어 3일 2476억원, 4일 354억원, 5일 4852억원, 그리고 8일 4079억원 등 5일간 1조3610억원을 순매수했다.

이처럼 연기금이 개인과 외국인 매도 공세에 맞서는 모양새가 되면서 연기금이 시장에 만연한 공포감을 잠재울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연기금 매수를 이끌고 있는 국민연금은 현행 매수기조를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신용을 비롯한 다른 악재가 계속 발생했던 2008년과 최근 주가급락은 양상이 달라 어디까지 떨어지고 언제 반등할지는 예측하기 어렵다"고 전제했다. 그러나 그는 "장기투자라는 관점에서 볼 때 지금은 투자하기에 매력적인 수준"이라며 "앞으로도 떨어질 때마다 계속 사들이겠다"고 말했다.

다만 국민연금에 비해 자금 동원력이 떨어지는 일부 연기금은 고민에 빠졌다.

◆ 인버스 ETF 인기 상한가

= 증시 폭락에 인버스ETF 인기가 확 높아졌다. 수익률이 코스피 등 기준지수와 정반대로 움직이기 때문에 소위 `청개구리형 펀드`로 불린다.

8일 KOSEF인버스ETF는 전 거래일 대비 3.71% 오른 9230원에 장을 마쳤다. KODEX인버스는 3.69% 오른 8430원을 기록했다. TIGER인버스는 3.73% 오른 9035원이었다. KODEX인버스ETF는 이날 하루 동안에만 3401만주나 거래돼 사상 최대 거래량을 기록했다.

또 코스피와 같은 방향으로 두 배만큼 움직이는 KODEX레버리지ETF는 이날 7.42% 급락했지만 거래량은 4523만주로 역시 사상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개인투자자들 사이에 향후 낙관론과 비관론이 극단적으로 엇갈렸다는 의미다.

안전자산 선호 현상 덕분에 금ㆍ채권 ETF도 강세를 보였다. HIT골드ETF는 전 거래일 대비 5.35% 오른 9160원을, KODEX골드선물은 2.95% 오른 1만3090원을 각각 기록했다. 채권ETF의 경우 KINDEX국고채는 0.18% 오른 10만3740원, KODEX국고채는 0.11% 오른 5만2985원을 각각 나타냈다.

◆ 5원짜리가 1280원으로

= 이번 폭락장에서 수익률 2만%가 넘는 대박상품이 탄생했다.

한국스탠다드차타드증권이 발행한 주식워런트증권(ELW)인 `스탠차 1248코스피200풋`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이 상품은 행사가격이 코스피200 기준 255원이다. 만기일인 오는 16일 코스피200이 255원 밑으로 떨어지면 수익을 보는 구조다. 지난 1일 이 상품의 시장가는 5원에 불과했다. ELW 시장에서 5원은 기초자산이 만기 때까지 도래할 수 없다고 보는 휴지 조각을 의미한다. 코스피가 2100 선을 넘던 1일까지 코스피200은 280 선을 오르내렸다. 255 선은 도달 불가능 영역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2일부터 이어진 급락으로 코스피200은 지난 5일 255 밑으로 떨어졌다. 코스피가 장중 100포인트 넘게 빠진 8일에는 233.89까지 급락했다. 반대로 5원이던 스탠차 풋ELW의 가격은 8일 1280원으로 뛰었다. 8월 수익률만 2만5500%에 이른 셈이다.

스탠차 풋에 이어 코스피200을 기초자산으로 한 4개 풋ELW의 8월 수익률이 1만%를 넘었다. 반면 특정 행사가를 기준으로 살 수 있는 권리인 콜ELW는 쪽박 신세를 면치 못했다. 8월 급락장에서 휴지 조각 가격인 5원으로 떨어진 콜ELW는 총 448개에 달했다. 전체(5042개) 중 8.9%다.

■ < 용어설명 >

사이드카(Side car) : 매매호가 관리제도의 일종으로 주식시장에서 주가 등락폭이 갑자기 커질 때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기 위해 주식매매를 일시적으로 정지시키는 제도. 선물가격이 전일 종가 대비 5% 이상(코스닥은 6% 이상) 상승 혹은 하락해 1분간 지속될 때 발동한다. 발동 시작부터 주식 시장의 프로그램 매매호가의 효력은 5분간 정지된다.

서킷브레이커(circuit breaker) : 주식시장 주가가 갑자기 급락하는 경우 시장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주식거래를 중단하는 제도다. 본래 전기회로에서 과열된 회로를 차단시키는 장치의 이름을 따서 만든 용어다. 코스피가 전일 대비 10% 이상 하락한 상태가 1분 이상 지속되는 경우 모든 주식 거래를 20분간 중단시킨다.

ELW(Equity-Linked Warrant) : 주식워런트증권은 주식 등의 기초자산을 살 수 있는 권리(콜)와 팔 수 있는 권리(풋)를 담아 상장한 증권을 말한다.

[김대원 기자 / 이유섭 기자 / 서유진 기자 / 이덕주 기자 / 사진 = 김호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