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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시장 잠재매물 나온다면 얼마나


주식시장 잠재매물 나온다면 얼마나
기사입력 2011.08.09 17:24:44 | 최종수정 2011.08.10 07:36:36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블로그 스크랩
한국 증시가 언제 터질지 모르는 매물 폭탄에 떨고 있다. 지난 2일부터 6일간 시장에 나온 매물은 미국 더블 딥 가능성을 걱정한 기관과 개인의 `공포 매물`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앞으로도 예상을 넘어선 주가 하락 부담감을 피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처분해야 해서 나오는 `시스템 매물`이 쏟아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주가 하락이 매도를 부추기는 악순환의 고리가 시작될지 모른다는 말이다.

최악의 경우 3조원 이상이 시스템 매물로 추가적으로 시장에 나올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 자문형랩 주식비중 50%로 낮추면 2조원

= 코스피가 4% 가까이 폭락한 8일 개인투자자는 약 7000억원을 순매도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이날 개인 매도 물량 중 상당 부분이 자문형랩 로스컷(손절매) 물량으로 보고 있다. 자문형랩은 투자 주체가 개인으로 분류된다.

자문형 랩을 판매하는 증권사들은 증시가 급락하기 시작한 이달 초 이후 지속적으로 주식 비중을 축소해 오고 있다. 시중 한 대형 증권사에 따르면 이 회사의 자문형 랩에서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은 이달 초 90%대에서 9일 현재 70%대로 줄었다. 자문사별로는 업계 최대 자산규모를 자랑하는 브레인의 주식 비중이 90%에서 70%로 축소됐고 창의투자자문은 95%대에서 85%로 낮아졌다. 레이크투자자문의 경우 95%대에서 55%로 무려 40%나 낮췄다. 같은 기간 주식 비중이 늘어난 곳은 세이에셋자산운용이 유일했다. 다른 증권사들도 비슷한 대응전략을 구사 중이다.

자문형랩 로스컷은 9일엔 다소 진정 기미를 보이면서 일부 자문사들은 매수에 나서기도 했다. 그러나 증시의 바닥을 점치기 어려운 상황인 만큼 당분간은 주식 비중 축소가 대세를 이룰 전망이다. 한 증권사 랩 담당 부장은 "상황을 봐야겠지만 많게는 50% 선까지 낮추는 것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현재 전체 자문형 랩 시장이 9조원 규모라고 했을 때 주식 비중이 70%에서 50%로 낮아지면 약 2조원 가까운 매도 물량이 추가로 나올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각 기관이 운용사와 자문사에 맡긴 일임펀드의 로스컷 가능성도 주목해야 한다. 기관들은 일임펀드의 손실이 사전에 약정한 수준을 넘어서면 해당 운용기관에 로스컷을 요구할 수 있다. 다만 국민연금 등 대형 기관들은 지금과 같이 전체 종목이 한꺼번에 하락하는 장에선 로스컷을 유예해 줄 것으로 운용사들은 보고 있다.

우정사업본부 관계자는 "아직 개별 펀드 중에서 청산을 고려할 정도까지 손실이 난 것은 없다"며 "예의주시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저축은행, 상호신용금고 등 소규모 기관 중에선 운용사에 로스컷을 요구한 경우도 일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11일 옵션만기일…프로그램 매도 부담

= 이번 주 목요일 옵션만기일을 앞두고 외국인 프로그램 매도도 시장의 부담이다. 당장 9일만 해도 외국인은 프로그램 매도로만 9000억원을 쏟아냈다. 만기까지 5000억원 정도 매물 부담이 남은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외국인들이 갑자기 대량의 프로그램 매도를 쏟아내는 것은 환율 때문이다. 주식시장에서 외국인이 매도를 지속하면서 원화가치가 급락하자 환차익을 노리고 프로그램 매수로 유입된 다른 외국인들이 급하게 차익을 실현하는 것이다.

8일 달러 대비 원화값은 달러당 1082.5원으로 급락한 데 이어 9일에는 1088원까지 떨어졌다. 이는 지난 6월 말 수준이다. 이때 환율을 기준으로 차익거래를 위해 시장에 들어온 외국인 입장에서는 속히 시장을 빠져나가야 수익을 실현할 수 있다. 원화가치가 더 떨어질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원화가치가 하락하면서 외국인 프로그램 매도는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 3일 원화가치가 달러당 1060원까지 떨어지자 차익 프로그램 매도가 6367억원이 나왔고 9일에는 8252억원이 나왔다. 이 중 대부분은 외국인이 실행한 프로그램 매도다. 9일 나온 1조1758억원의 외국인 순매도 중 9000억원 이상이 외국인 프로그램 매도를 통한 것으로 분석된다.

차익거래를 하는 투자자는 매수차익거래를 통해 시장에 진입한다. 주식을 사고 선물을 파는 계약을 하는 것이다. 이 상태에서 주식과 선물의 가격차를 보고 주식을 팔고 선물을 사는 매도차익거래를 실행한다. 여기에 추가로 외국인은 환율을 보고 시장에 진입한다. 달러를 가지고 원화자산을 산 외국인 입장에서는 원화가치가 상승할수록 추가 수익이 생기기 때문이다. 이중호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9일 외국인이 쏟아낸 9000억원을 감안하면 만기일까지 5000억원 정도 매물이 더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면서 "외국인이 시장에 진입했을 때와 환율이 비슷해진 만큼 청산 압력이 충분히 높다"고 설명했다.

반면 시장 변동성이 워낙 높아진 만큼 옵션만기일이 아니더라도 외국인이 청산할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도 나온다.

◆ 신용융자관련 반대매매 물량 4000억선

= 주가가 단기간에 급락하면서 개인투자자 계좌에서 나오는 반대매매 주문도 시장의 큰 리스크다. 전문가들은 7월 초 단기적으로 늘어난 신용융자 4000억원 정도가 반대매매에 의해 시장에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그러나 증시자금으로 잡히지 않는 연계신용(스톡론)을 통한 반대매매를 포함하면 그 규모는 더 커질 수 있다는 설명도 나온다.

반대매매란 투자자가 주식을 담보로 돈을 빌렸는데 담보로 삼은 주식의 가격이 내려가면 돈을 빌려준 쪽이 담보로 삼은 주식을 자동으로 파는 것을 말한다. 담보비율이 140% 밑으로 떨어졌는데도 계좌에 돈을 넣지 않으면 다음 날 장 개장 전 동시호가 때 주식을 하한가에 팔아버린다. 최근 장이 개장하자마자 지수가 급락하는 것도 이런 반대매매의 영향일 가능성이 높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개인투자자의 신용융자 규모는 6조3928억원이다.

단기적으로 반대매매로 나올 가능성이 높은 물량은 7월 초 이후 늘어난 4000억원 정도다.

7월 초 코스피가 2150선에 있었고 이달 9일 현재 코스피가 1800 초반까지 떨어졌기 때문에 이 기간 돈을 빌려 주식을 산 투자자들은 반대매매의 압력을 받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유수민 현대증권 연구원은 "단기간에 주가가 15~20% 정도 하락했으므로 현재는 신용반대매매가 충분히 나올수 있는 구간"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증권사를 통한 신용융자 외에 연계신용대출을 통한 반대매매도 나온다는 점이다. 흔히 `스톡론`이라고 불리는 것이다.

연계신용거래는 주로 저축은행의 자금을 빌려 매매를 하는 것인데 구조는 증권사를 통한 신용융자와 동일하다.

그러나 증권사는 주선만 하기 때문에 정확한 규모와 실태를 파악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