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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 또다른 사교육 열풍 도화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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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 또다른 사교육 열풍 도화선?

디지털타임스 | 박상훈 | 입력 2011.06.26 12:31

정부가 새로운 영어평가시험을 도입해 대입 수능 영어를 대체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한 가운데 이 시험이 또다른 사교육 열풍으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달 말 교육과학기술부(장관 이주호)는 읽기ㆍ듣기ㆍ말하기ㆍ쓰기 등 4개 영역으로 구성된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National English Ability Test)'의 예시 문항과 운영방안을 공개했다. 성인용 1급과 고등학생용 2∼3급으로 구성됐으며 2급은 영어로 학업하는 데 필요한 기본적인 영어 사용능력을, 3급은 일상생활에서 실질적으로 쓰이는 실용 영어능력을 평가한다.

NEAT는 문법 지식이나 어휘 암기 중심의 전통적인 영어시험에서 벗어나 학업과 일상생활 등에서의 실용 영어능력을 본다. 특히 새로 도입되는 말하기 시험의 경우 발음은 정확하고 세련된 발음보다는 의사소통이 가능한 수준인지를 평가 기준으로 삼는다고 교과부는 설명했다. NEAT는 전통적인 집필시험이 아닌 인터넷 기반 테스트 방식으로 시행되는 것도 특징이다.

NEAT가 주목받는 것은 무엇보다 대입 수능영어를 대체할 수 있는 가능성 때문이다. 정부는 내년 대입 수시모집에 시범 적용한 후 내년 하반기에 수능 영어시험 대체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 정부는 2013년부터 현재 초중고 영어 교과목을 말하기 중심으로 개편할 예정이어서 수능 영어가 NEAT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NEAT 시행안이 발표되자 또다른 사교육 열풍에 대한 우려가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교과부 홈페이지에는 첫 시행 대상이 되는 중2 학부모들이 벌써부터 학원을 알아보고 있다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응시횟수를 고3 중 2회로 제한했기 때문에 사교육을 통해 준비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교육업체들은 이미 NEAT 특수 잡기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입시 전문 오프라인 학원들은 물론 이러닝 업체들이 인터넷 기반 교육 경험을 강점을 내세우며 자사 서비스와 솔루션을 홍보하고 있다. 에듀박스의 `ESPT-NET', 드리머스에듀케이션의 `토크리시', 스픽케어의 `스피킹맥스', ETS의 `프루프라이터' 등이 대표적이다.

교과부는 이에 대해 EBS와의 연계를 강화하고 교사 연수 확대 등을 통해 공교육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난이도를 조정할 뜻도 분명히 했다. NEAT는 절대평가 방식으로 A∼C, 그리고 F 등급으로 매겨진다. F는 탈락, A∼C는 합격이지만 대학별로 가중치가 다르기 때문에 대부분 학생은 A등급을 원할 가능성이 크다. 교과부 관계자는 "NEAT는 충분히 쉽게 출제해 학교에서 정상적인 수업만 받으면 A등급을 받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사교육에 대한 수요도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NEAT의 핵심인 말하기 교육에 대해 공교육의 인프라가 부실하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지적한다.

음성인식 기술 등 까다로운 시스템 특성 때문에 인터넷 기반으로 말하기 관련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는 민간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다. 정부는 학생들이 언제든 테스트를 할 수 있는 온라인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계획이지만 학교의 기존 PC실을 이용하는 방식이어서 학생들이 자유롭게 이용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전망이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 온라인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지만 아직 대규모 사용자가 이용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어서 현재 이를 보완하는 중이다.

한 온라인 스피킹 이러닝 전문업체 대표는 "제대로 된 말하기 테스팅 시스템은 단기간에 개발해 구축하기 힘들고 현재 국내에서도 일부 업체들만 상용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는 단계"라며 "정부가 말하기에 대한 교육 인프라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제도 시행에 나설 경우 불안한 학부모들이 대거 사교육 시장으로 몰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훈기자 nanug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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