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Cover Story] IMF 첫 여성 총재 크리스틴 라가르드 인터뷰
"출렁이는 파도에서 눈을 떼라 그 물밑에서 유로존은 재설계되고 있다"
"독일은 하나의 유럽 신봉자… 유로존 갈라지게 하진 않을 것"
- ▲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가 Weekly BIZ와 단독 인터뷰를 갖고 최근 글로벌 경제의 최대 현안인 유로존 해법과 전망 등을 둘러싼 속마음을 털어놨다. 그는“지속 가능한 유로존을 위해 재정과 금융의 통합이라는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워싱턴DC=사진작가 스티븐 퍼셀
국제통화기금(IMF)의 크리스틴 라가르드(Lagarde·56) 총재는 '하나의 유럽' 신봉자인 동시에 역사 발전에 대해 낙관적 시각을 견지하고 있어 보였다. 쇠약해질 대로 쇠약해진 그리스를 두고 서구 경제학자들이 '그렉시트'(Grexit·그리스의 유로존 이탈) 같은 신조어를 만들어가며 유로존의 붕괴를 예언하는 상황에서도 라가르드는 유로존의 존속을 진심으로 믿었다.
하지만 그가 지적한 유로존은 '지금의 유로존 그대로'를 뜻하는 것은 아니었다. 라가르드는 지속가능한 유로존을 위해 재정과 금융의 통합이라는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그의 이런 신념은 IMF가 이달 21일 발표한 '유로 지역 경제전망' 보고서에 그대로 드러났다. IMF는 이 보고서에서 "유럽 경제는 결정적 단계(critical stage)에 이르렀다. 유럽 지역을 집어삼키고 있는 신뢰의 추락을 멈추기 위해서는 강제적인 금융과 재정 통합을 동반한, 더 완결된 유럽경제·통화연맹(European Economic and Monetary Union)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Weekly BIZ는 이달 14일 미국 워싱턴DC에 있는 IMF 제1본부에서 라가르드 총재를 단독 인터뷰했다. 우츠노미야 게이코 IMF 대변인은 "워싱턴에서 아시아 언론매체와의 인터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라가르드는 트레이드 마크인 검게 그을린 피부와 은빛 머리칼, 그리고 이와 절묘하게 조화된 새까만 바지 정장과 흰 블라우스 차림으로 사무실에 경쾌하게 들어섰다. 작년 7월 IMF 총재에 취임한 지 만 1주년을 보름쯤 남겨놓은 때였다.
"(워싱턴)DC에서의 생활에 마음에 드십니까"라고 묻자, 그는 "DC도 좋죠. 휴… 그러나 요즘 같은 때에는 바다(the sea·DC와 비슷한 발음에서 따온 영어 단어)에 더 가고 싶어요"라는 농담으로 답했다.
라가르드는 "키가 커서 굽이 없는 신발을 즐겨 신는다"면서 자신이 신고 있는 프랑스 명품인 샤넬의 '투톤 슈즈(아이보리와 검은색이 섞인 구두)'를 가리키며 웃어 보였다. 프랑스 억양이 약간 섞였지만 20년 넘는 미국 생활에서 나오는 흠잡을 데 없는 영어였다.
변호사 출신인 라가르드는 법학과 정치학을 전공했으며 대형로펌과 행정부에서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다. 강한 인상이지만 스스로 부드러운 여성 리더십을 내세우는 그는 선진 8개국(G8)을 통틀어 사상 첫 여성 재무장관(프랑스)으로서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극복 노력을 주도했으며 지난해 6월 만장일치로 IMF 총재에 추대됐다.
"IMF가 소방수와 비슷하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은데 나는 지금 같은 위기상황에서는 IMF가 '특수 소방대대'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급한 불'을 끄는 역할을 하면서 반드시 규율 준수와 재정적 절제를 요구하지요. (IMF 총재가) 친구를 만들기에 좋은 자리는 아닙니다."
전문가들은 "세계 경제에서 IMF의 역할은 정기적으로 건강 검진을 하다가 병이 있으면 치료법을 제시하는 의사와 비슷하다"라고 말한다. 대부분의 '환자 국가'는 그리스처럼 IMF 구제금융과 함께 따라오는 긴축 재정 조치에 크게 반발한다. 1990년대 말 'IMF 사태' 때 한국인들은 그래서 미셸 캉드쉬 당시 IMF 총재를 '저승사자'라고까지 불렀다.
라가르드는 "IMF는 한 국가 경제를 속속들이 들여다보고 최대한 정확한 진단을 내린 다음 더 건강한 경제를 만들기 위한 해법을 제시한다. 우리가 내놓은 결론이 귀에 거슬릴 수도 있지만, 나는 '미안하지만 이 쓴소리가 바로 우리의 처방전'이라고 강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Weekly BIZ와의 인터뷰 내내 자신감과 냉정, 유머를 적절하게 섞어가면서도 질문에는 직설적으로 명쾌하게 대답하는 여장부다운 모습을 보였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총재와의 만남은 그리스 총선, 스페인의 은행권 구제금융 신청 등으로 유럽 경제가 소용돌이의 한가운데로 빠져들고 있는 시점에서 이뤄졌다. 애덤 스미스류의 ‘자유시장 경제 철학’을 갖고 있다고 자임하는 라가르드는 올 5월 “모든 그리스 국민들이 납세 회피에 급급하고 있다. 세금부터 제대로 내라”며 직격탄을 날려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그는 이날도 “국가가 경제를 효율적으로 통제하기 위해서는 국민의 성실한 납세가 반드시 수반되는 게 당연하다”고 여러 번 강조했다.
첫 질문은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경제 위기 상황이었다. 유럽연합(EU)·유럽중앙은행(ECB)·IMF 등 이른바 ‘트로이카’로부터 약 1300억유로(약 187조원)를 지원받는 제2차 구제금융을 앞두고 있는 그리스는 이달 17일 열린 총선에서 ‘긴축 찬성과 유로존 잔류’를 내건 신민당이 승리하면서 ‘급한 불’이 꺼지는 듯했다. 그러나 연정에 참여한 신민당 등 3당이 21일 “급여와 연금 추가 감축에 반대하며 세금 추가징수도 없다”는 성명을 내면서 2차 구제금융 집행에 먹구름이 낀 상태다.
- ▲ 올해 2월 튀니지 중앙은행 총재 등을 만나기 위해 아프리카 튀니지를 방문한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가 경호원들에 둘러싸여 승용차에 오르고 있다. /AFP
―유로존 내 열등국가인 그리스가 결국 유로존을 탈퇴할 것이라는 ‘그렉시트’를 예상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유로존이 얼마나 위험한가.
“그리스가 유로존에 남을지는 그리스와 유로존 회원국들이 결정할 문제다. 확실한 것은 그리스가 유로존에 남건 말건, 유로존 국가들은 공동 운명체로 이미 묶여 있다는 것이다. 현재 유럽의 정부와 국민은 당장 눈앞에 있는 경제 위기의 불을 끄려고 애쓰면서, 한편으로는 유로존을 재설계하고 강화해서 유로존이 장기적인 자생력을 갖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지금 상태로는 유로존이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뜻인가.
“매우 거대한 변화가 필요하며, 그 변화가 현재 진행 중이라는 뜻이다. 많은 사람이 ‘그리스가 유로존을 떠날까’ 같은 수면의 파도 같은 문제에만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나는 지금 유로존의 미래를 바꿀 물밑의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변화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진행되기를 바란다.”
―‘거대한 변화’라니, 무엇을 기대하나.
“유럽의 리더들은 장기적으로 유럽의 경제 문제를 해결할 3가지 근본적 변화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첫째는 성장, 더 정확히 말하면 견고한 재정을 확립하면서 동시에 성장을 이끌 수 있는 적합한 균형점을 찾는 것이다. 둘째는 금융 통합이다. 유로존 차원에서 더 엄격한 건전성 기준, 감독, 책임, 지급보증률 등을 만들어 적용할 필요가 있다. 세 번째 변화는 재정 통합이다.”
―단기간에 해결될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유로존 회원국은 모두 공동운명체’라는 신념 아래 견고하고 단일화한 조치와 제재를 가할 수단을 만들겠다는 결단이 먼저 필요하다. 이 결단이 유로본드(Euro bonds·유로존 공동 발행 국채)가 될지, 혹은 유로빌(Euro bills·단기 유로채권)이나 어쩌면 유로존의 또 다른 어떤 기발한 도구의 형태를 띨지는 아직 미지수다. 현재 표출되는 유로존의 위기와 문제점이 이런 변화를 이끌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2007년부터 4년 동안 프랑스 재무장관으로 일하며 유로존 상황과 회원국 간 이해관계를 생생하게 체험한 그는 위기 때마다 새 해법으로 돌파구를 열었던 유럽의 저력을 믿는다고 했다. 프랑스는 혁명 후 국가 부채를 갚으려고 지폐(紙幣)를 발명했고, EU는 2차 세계대전의 잔해 위에서 태어났다.
◇“독일, 유로존 통합 강화하는 방향으로 갈 것”
세계의 눈은 ‘남유럽 재정 위기를 우리 국민의 세금으로 막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온 독일에 쏠려 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이달 19일 멕시코에서 열린 G20 회의에서 ‘유럽 은행동맹’을 지지한다는 선언문에 동의하자 ‘독일이 더 유연해질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EU 정상회담을 앞둔 이달 27일 메르켈은 “내가 살아있는 한 유로본드 발행처럼 유로존 국가들이 채무 부담을 공동으로 짊어지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는 초강경 태도로 돌아서 시장의 기대감은 다시 무너졌다.
―독일의 ‘딴죽걸기’가 유로존의 통합을 가로막는다는 비난이 끊이지 않는다.
“독일은 매우 고통스러운 노력과 희생의 시기를 거쳐 유럽 제1의 경제 대국으로 부상했다. 독일 국민의 입장에서는 한 나라(독일)가 연이어 터지는 유럽 경제 위기의 부담을 짊어진다는 것이 부당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현재 독일 정부의 태도는 충분히 이해된다. 그러나 개인적 경험을 토대로 나는 독일이 EU, 혹은 유로존이 무너지는 방향의 결정을 내릴 가능성은 적다고 믿는다.”
―독일이 유로존 통합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입장을 정리할 것이라는 뜻인가.
“그렇다. 독일만큼 EU와 유로존을 통해 경제적 이익을 얻은 나라는 없으며 독일도 이를 잘 알고 있다. 프랑스 재무장관으로 일하던 시절 만난 독일인들은 내가 아는 한 가장 확고한 신념을 지닌 ‘EU 시민’들이었다.”
―그렇게 확신하는 근거가 있나.
“나는 프랑스 재무장관 시절 외국 장관으로선 처음 독일정부 각료회의에 참가할 기회를 가졌다. 독일의 장관들이 모든 각료회의를 EU 헌장 낭독과 함께 시작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또 EU 관련 정책을 책임지는 이른바 ‘유럽 장관’이 가장 먼저 발언권을 갖고 있더라. 유로존의 17개국 중 이토록 ‘하나의 유럽’을 강하게 믿는 나라는 드물다. 누군가 ‘독일이 유럽의 통합에 반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말할 때마다 내가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하는 이유다.”
―스페인이 ‘제2의 그리스’가 되리라는 공포가 시장에 팽배하다. 당신은 이달 9일 스페인의 은행 구제금융 요청을 ‘은행을 강화하기 위한 믿을 만한 안전망’이라고 추켜세웠었다. 그러나 스페인의 국채 금리가 급등하는 등 시장의 반응은 부정적이다.
“스페인이 속해 있는 유로존의 운명에 대해 시장이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는 증거이다. 앞으로 10년 후에 유로존이 강화한 경제 연합체로 살아남을 것인지, 아니면 대충 얽혀 억지로 굴러가는 임의의 통화 공동체로 남을 것인지에 대해서도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한국인들, ‘IMF 사태’를 이제는 ‘IMF 회복’이라고 불러라”
많은 경제학자는 현재 유럽 재정 위기가 2008년 미국 금융위기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분석한다. 미국이 경기 부양을 위해 두 차례의 양적(量的)완화 조치로 2조3000억달러를 푼 것이 세계적인 물가 상승으로 이어졌고, 이런 인플레이션이 유로존 출범 후 ‘불안하면서도 빠른 성장’을 이어가던 남유럽 국가들을 먼저 쓰러뜨리고 있다는 것이다. 고성장하는 개발국이 물가 상승 타격을 더 크게 받는다는 ‘비대칭적 충격’ 이론은 남유럽의 총체적 위기를 분석하는 유용한 틀로 여겨진다.
―작금의 유럽 문제를 푸는 데 있어서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의 역할은 없나.
“미국 역시 자국 안에서 풀어야 할 문제가 크다. 민주·공화당의 적자 감축 협의가 계속 미뤄지면 미국은 내년부터 1조2000억달러의 자동 재정 감축에 들어간다. 이 경우 미국의 성장은 크게 저해될 것이다. 미국은 재정 확충과 건강보험·연금 문제를 동시에 풀어야 하는 중·장기적이고도 난해한 과제에 직면해 있다. 유럽은 유럽대로, 미국은 미국대로 각자 숙제를 안고 있다.”
―유럽은 물론 미국에서도 긴축과 부양(성장)을 둘러싼 격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IMF 총재로서 결국 긴축의 손을 들어줄 수밖에 없지 않나.
“아니다. 왜 긴축과 부양 중에 반드시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가. 이 둘은 상호배타적이지 않다. 오히려 서로를 촉진한다. 성장이 진행되는 국가에서 부채가 함께 커지고 있다고 치자. 그리스와 스페인 같은 나라들처럼 말이다. 이건 마치 거대한 돌 주머니를 지고 장거리 달리기를 하는 것과 같다. 가능하긴 한데 너무 어렵고 영원히 지속할 수도 없다. 반대로 경제성장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이미 존재하는 부채를 차차 줄여나간다는 것도 거의 불가능하다.”
―긴축과 부양이 동시에 진행될 수 있나.
“쉽지는 않지만 가능하다고 믿는다. 정부는 우선 통화정책을 통해 투자를 활성화하면서 중·장기 성장을 촉진할 수 있는 경제구조 개편을 해야 한다. 동시에 매우 신중한 재정 지출, 세수 확보처럼 부채를 줄일 수 있는 대책을 세워야 한다. ‘긴축 아니면 부양’이 아니라 ‘긴축과 부양’이라는 관점에서 정책을 짜야 한다.”
―성격이 약간 다르지만, 그리스 사태를 보면서 많은 한국인이 약 14년 전의 ‘IMF사태’를 떠올리고 있다.
“‘IMF사태’라는 말을 여러 번 들었다. 한국인들에게 한 가지 제안을 하고 싶다. ‘IMF 사태’를 이제 ‘IMF 회복’이라고 부르면 안 될까. 1990년대 말 외환위기 이후 한국은 단호한 자제력과 엄청난 에너지, 단결력, 창의성을 세계에 보여줬고 어느 나라보다 빠르게 위기에서 회복했다. 프랑스 재무장관 시절, 2010년 한국이 G20(주요 20개국) 의장국이었을 때 만난 매우 헌신적이고 의욕적인 당국자들을 잊을 수가 없다. 당시 한국은 G20의 주요 성과였던 글로벌 금융안전망 구축 계획을 주도했다.”
―하지만 그리스의 세금 논쟁 등을 보면서 한국인들은 때로 “과연 우리가 나라를 살리겠다고 금까지 모아야 할 필요가 있었을까”라고 되묻곤 한다.
“글쎄… 요즘 유럽에서도 경제 위기가 부실한 정부 탓인지, 방탕한 국민 탓인지 따지는 사람들이 많다. 내가 그리스인들이 세금을 제대로 내야 한다고 말할 때마다 ‘고통받는 그리스 국민을 무시한 발언’이라며 강한 반발이 있는 것도 안다. 그러나 결국 국가는 곧 국민이다. 나는 한국이 외환 위기에서 빠져나와 경제 성장을 이어갈 수 있었던 이유가 한국 국민의 치열한 노력 때문이었다고 확신한다.”
- ▲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가 이달 14일 낮 워싱턴DC에 있는 IMF 본부에서 Weekly BIZ와 만나 유로권 재정 위기와 세계 경제현안을 얘기하고 있다. 라가르드 총재는 “유로존에 근본적인 변화가 오고 있다”며 “수면 밑 물 깊은 곳을 보라”고 말했다. 오른쪽이 라가르드 총재이고 왼쪽은 김신영 본사 특파원. /워싱턴DC=사진작가 스티븐 퍼셀
출생: 1956년 1월 프랑스 파리
학력: 파리 10대학 로스쿨 졸업
파리정치대학(시앙스포)졸업(정치학 석사)
경력: 1974년 미국 연방의회 의회인턴
1981년 미국 로펌 베이커&매킨지 입사(변호사)
1999년 베이커&매킨지 회장 겸 CEO
2005~07년 프랑스 상공장관, 농무장관
2007~11년 프랑스 재무장관
2011년 7월~현재 IMF 제11대 총재(임기 5년)
종교: 로마가톨릭
취미·음식: 스쿠버다이빙·수영·요리, 채식주의자. 음주 않음
기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선정, ‘유로존 최고 재무장관’(2008년)
미국 포브스지 선정, ‘세계 파워 여성 9위’(2011년)
정치력과 유머로 무장… 우아한 여성적 리더십 돋보여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총재는 3개의 ‘첫 여성’ 타이틀을 갖고 있다. 미국 로펌인 베이커&매킨지의 첫 여성 회장 겸 CEO, 프랑스 역사상 첫 여성 재무장관, IMF 사상 첫 여성 총재. G8(선진 8개국)의 첫 여성 재무장관까지 합하면 4개이다. 형편없는 패션에다 무뚝뚝한 이미지의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대조적으로 라가르드는 여자다움을 감추지 않고 ‘우아한 여성적 리더십’을 전면에 내세운다.
라가르드는 2번 결혼했다가 2번 이혼했고, 2006년부터는 사업가인 하비에르 지오칸티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라가르드는 영문학 교수였던 아버지를 16세에 루게릭병으로 잃은 후 어머니와 할머니의 손에 자랐다. 3명의 남동생과 함께 성장한 경험이 남성 지배적 사회에서 현명하고 부드러운 리더십을 단련하게 된 배경이라는 분석도 있다.
10대에는 싱크로나이즈드 수영부문 프랑스 국가대표로 활동했다. 그는 “이때 숨을 꾹 참고, 괴로워도 이 악물고 웃고, 남들과 함께 작업하는 방법을 배웠다”고 했다. 지금 20대인 두 아들의 어머니인 라가르드는 극한의 스트레스에 시달릴 때마다 아버지와 아이들을 생각한다고 말했다.
“긴장감이 높아지고 극도로 진지한 순간이 올 때마다 아버지의 죽음과 아들의 탄생을 되돌아봅니다. ‘인생엔 삶과 죽음과 사랑이 있다는 걸 알잖아. 이런 일쯤이야 별거 아니지’라고 생각하다 보면 긴장이 풀리지요.”
그는 프랑스 재무장관 시절 미국발 금융위기를 맞아 능숙한 정치력과 유머 감각, 추진력으로 프랑스 국익을 챙겼다는 평가를 받는다. 해외출장 일정 중에 보석 쇼핑을 뜻하는 ‘돌(stone)’을 공개적으로 써 넣을 정도로 외모 꾸미기에 관심이 많다.
가장 좋아하는 브랜드로는 샤넬과 아르망 벤틸로를 꼽는다. 스카프와 핸드백은 에르메스를 즐긴다. 모두 프랑스 브랜드다. 그는 “진정으로 강해지기 위해선 때로 인생을 즐길 필요가 있다. 너무 바빠서 일정표에 ‘인생 즐기기’를 억지로 끼워 넣어야 할지라도 말이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