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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채권단, 상환 만기 앞두고 갈등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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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채무위기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4월 채무상환 만기를 앞두고 채권단과 그리스, 채권단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협상이 수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유럽탈퇴 원조 격인 그리스의 유로존(유로 사용 19개국) 탈퇴 가능성도 흘러 나온다. 시장 불안감이 높아지면서 그리스 국채 수익률은 9%를 돌파했다.
8일(이하 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파이낸셜타임스(FT), 블룸버그, CNN머니 등 주요 외신들은 일제히 그리스 채무위기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발단은 최근 공개된 국제통화기금(IMF)의 그리스 분석보고서다. 실무팀이 작성한 이 보고서는 그리스에는 노동시장·연금 개혁을 포함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촉구하는 한편 유럽 채권단에는 그리스 채무 경감을 촉구했다. 보고서는 구조조정이 계획대로 진행돼도 그리스 채무는 '폭발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IMF는 내규에 따라 채무상환이 어렵다고 판단되면 구제금융에 참여할 수 없다.
유럽 채권단은 지나친 비관이라면서 IMF의 요구를 일축하는 한편 구제금융 잔류를 압박하고 있다.
유로존 재무장관 모임 유로그룹의 의장을 맡고 있는 예룬 데이셸블룸 네덜란드 재무장관은 이날 네덜란드 의회에서 트로이카(EU, 유럽중앙은행(ECB), IMF)의 구제금융에서 "IMF의 참여는 필수적이다"라고 강조했다.
데이셸블룸 장관은 "의회 다수 의견은 매우 분명하다"면서 "만약 IMF가 참여하지 않거나 (기존 구제금융을) 회수한다면 구제금융 프로그램은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IMF 전망은 '놀라울 정도로 비관적'이라면서 "그리스는 이미 보고서가 지적한 것보다 더 나은 실적을 거두고 있다"고 주장했다.
채권단은 2015년 860억유로 규모의 3차 구제금융에 합의했지만 현재 구제금융 조건을 둘러싸고 협상이 중단돼 자금을 묶어둔 상태다.
시장에서는 4월부터 만기가 돌아오는 그리스의 채무 상환이 제대로 진행되겠느냐는 의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리스는 4월 말 ECB에 14억유로를 상환해야 하고, 7월에는 41억달러를 갚아야 한다.
그러나 IMF가 경고했듯 경제전망은 참담하다.
실업률은 올해 21%를 넘을 것으로 예상되고, 연금 축소 등으로 사회안전망은 무너져내렸다. 또 경제성장의 발판인 투자는 2010년 1차 구제금융 이후 60% 넘게 급감했고, 국내총생산(GDP) 감소폭은 25%를 웃돈다.
유럽이 구제금융 자금 집행을 거부하면 디폴트(채무불이행)를 피할 수 없다.
시장 불안감은 국채 수익률 급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2019년 만기인 그리스 5년물 국채 수익률은 이날 지난해 9월 이후 최고치인 9.46%까지 뛰었다. 2014년 구제금융을 통해 회생하면서 채권시장에 복귀했던 당시 4.75% 수익률로 발행했지만 이제 금리가 배 가까이 뛴 것이다.
전문가들은 20일 유로그룹 회의가 중대 고비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3월 15일 네덜란드 총선을 시작으로 4월과 5월 프랑스 대선, 9월로 예상되는 독일 총선 등 구제금융 확대나 조건완화를 어렵게 할 유럽내 선거가 잇달아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그리스에 퍼 줄 것이 있다면 이달 20일 회의가 사실상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렇지만 그리스와 채권단간, 또 채권단 내부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어 전망은 불확실하다.
유럽 채권단을 이끄는 독일은 그리스가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지속하되 채무 경감은 제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IMF의 대규모 채무경감은 반대하고 있다. IMF는 그리스에 긴축과 구조조정 확대를, 채권단에는 대대적인 채무경감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그리스는 부채부담은 더 줄여주는 대신 추가 긴축은 필요없다고 맞서고 있다.
다만 그리스 정부 내에서도 어떻게든 협상을 마무리지어야 한다는 실용론이 제기되고 있다.
유클리드 차칼로토스 재무장관 등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 측근들은 채권단과 갈등이 깊어지면 그리스 회복에 대한 신뢰가 무너질 수 있다면서 다음달 브렉시트 협상과 네덜란드 총선 등 굵직한 정치행사를 앞두고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협상에 잘 활용해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막판 협상 여지가 넓혀지고 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