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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건영 "병원 간다고 다죽나, 증시 내년봄에 퇴원"


박건영 "병원 간다고 다죽나, 증시 내년봄에 퇴원"

[머투초대석]박건영 브레인투자자문 대표

 

-지금이 바닥은 아냐, 내년봄까지 힘들다
-종목 교체보다 비중 줄이기, 현금 30%
-내수주 한계, 차화정에 답 있다
-성장주 투자하는 색깔 분명한 자문사 만들 것

"병원에 간다고 모든 환자가 죽는 것은 아니죠. 세계 경제는 지금 병원으로 치료받으러 가고 있는 겁니다"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브레인투자자문 사무실에서 박건영 대표를 만났다. 박대표는 '패닉의 8월'을 겪으면서 살이 많이 빠졌다. 주가가 곤두박질치면서 '증시폭락의 주범'이라는 말까지 들었다. 부담감과 스트레스가 짐작이 간다.

유럽 재정위기와 미국 경기침체 우려는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다. 박 대표는 지금의 위기가 내년 봄까지 지속될 것으로 본다. 그러면서도 "극도의 비관론자들은 항상 울적하지만, 합리적인 낙관을 가진 사람들이 세계를 지배한다고 생각한다"며 긍정론을 접지 않는다.

-시장이 급변하면서 고객 동요도 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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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4월이 포트폴리오 꼭지였고, 지수도 꼭지였다. 4월 대비로 주가가 21% 이상 빠져서, 고점에 들어온 고객들은 손실이 크다. 브레인이라는 브랜드를 믿고 가입했다가 손실이 장기화 되다보니 실망도 크고, 예민해 진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2009년 투자한 고객들은 수익 많이 났고, 그 중 일부 수익을 반납한 정도라서 다음 사이클까지 참아주는 고객이 많다.
경기회복이 가시화될 것으로 보이는 내년 봄까지는 기다려 달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때까지는 여전히 주식투자 하기에 위험한 시기다.

-증시가 아직 꺾어지기 전인 지난 1분기에도 "앞으로 적극적으로 주식투자를 하기에는 위험하다"고 말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3분기에 경기 사이클이 나빠질 수 있어서 10월 정도에 주식을 줄이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재정위기가 빨리 왔다. 8월 미국이 부채협상 타결하고 재정 긴축에 합의했고, 그리스 문제가 동시에 터졌다. 경기 문제 보다는 경기에 영향을 주는 투자 환경이 급속도로 악화됐다. 기업 고용이 안 늘고, 예상보다 경기 지표들이 빠르게 나빠졌다는 점이 아쉽다.

-박 대표의 경고 이후에도 투자자들은 자문형 랩에 돈을 많이 맡기지 않았나.

▶3분기 이후, 4분기 주식을 줄여야 한다고 했는데 들어오는 돈을 외면하지 못하고 다 받은 게 저로서는 안타깝고, 반성을 많이 해야 하는 부분이다. 4월에 들어온 고객에게 다음 기회에 훨씬 싸진 가격에 살 수도 있다는 메시지를 명확하게 전달하지 못했다. 욕심을 자제해야 한다는 걸 이번 기회에 교훈으로 얻었다.

-비관론자들은 '아직 '달러버블'과 '재정버블'은 완전히 꺼지지 않았으며 시장 역시 계속 하락 할 것으로 본다.

▶3년간 이어져 온 경기의 큰 사이클이 꺾이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과거엔 정부가 경기 회복을 위해 부양책을 내놨지만 재정위기로 정부도 지금은 체력이 약해졌다. 똑 같은 위기가 반복되는 거라면 학습효과가 있지만, 경기둔화기에 국가 신용위기까지 겹쳐서 공포스럽고 두려운 건 사실이다.

주식이 바닥이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다. 남유럽이 전세계 국내총생산(GDP)의 5.5%를 차지하고 있다. 프랑스, 독일 등 유럽연합(EU)의 GDP비중까지 감안하면 경기침체까지는 아니더라도 소비둔화는 불가피하다.

-자동차, 화학, 정유, 이른바 '차화정'으로 불리는 주도주 위주의 포트폴리오를 갖고 있어 요즘 더 힘들 텐데.

▶기본적으로 주식투자 하라고 고객이 맡겨 준 돈이니 주식을 모두 팔 수는 없는 노릇이다. 시장이 충분히 흡수할 수도 없다. 주식 비중을 줄이는 식으로 손실 폭을 좁히고 있다. 자문형 랩과 일임 펀드의 현금 비중을 30% 내외로 갖고 있다. 차화정 비중을 90%에서 70% 이하로 줄였다. 주식 비중을 줄인 것이지 색깔을 바꾸지는 않았다. 대한민국 경제는 자동차, 화학, 정유를 빼고는 설명할 수가 없다.

지금은 주식을 안 하는 게 맞다고 해도 주식을 팔고 나중에 다시 사는 것보다 기존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게 낫다. 일반적인 경기 둔화시기 주가가 고점 대비 20% 초중반으로 빠지는데, 차화정은 이미 40% 이상 빠졌다.
지금 내수주가 상대적으로 잘 나간다고 하지만 수출이 안되고 기업 보너스 줄어들고, 고용이 안 늘어나면 내수도 안 좋아지게 돼 있다. 시차의 문제다.

-이번 위기를 겪으면서 한국 시장이 유난히 변동성이 컸다. 브레인을 비롯한 자문사의 책임론도 나온다.

▶자문형 랩 포트폴리오가 시장에 오픈돼 있다 보니 우리가 많이 갖고 있는 종목을 팔면 시장이 공포감을 느껴 같이 매도한다. 그 종목들이 많이 빠졌다. 벨류에이션 대비 주가가 더 떨어진 게 사실이다.

-운용을 안 할 수도 없고, 주식을 마냥 비워둘 수도 없는 노릇인데.

▶우량주를 갖고 있으면 장기투자자는 걱정 없다. 단기적인 유행에 따라 종목 갖고 있으면 유행이 끝날 때 어려워지기 마련이다.
시장투자자도 그 점을 알게 됐다. 예전에 코스닥 종목을 했던 증권사 지점들도 지금은 대부분 우량주를 갖고 있다. 당장 고통스럽겠지만 매입 단가가 얼마냐에 따라 회복 시기가 달라질 뿐, 결국 오르게 돼 있다. 좋은 주식을 갖고 있다는 것은 결국 이긴다는 뜻이다.

-브레인 창업 이전에 두 차례의 베어마켓((bear market·약세장)을 경험했다. 그때와 지금을 비교해 본다면

▶미래에셋이나 트러스톤 자산운용의 펀드 매니저 신분으로 겪었던 약세장보다 회사를 만들어서 처음 겪는 위기이다 보니 제일 힘들게 느껴진다.
2008년 리먼 사태 때와 비교하면 돈이 많이 풀려있다. 해결의 실마리가 보일 수도 있다. 2007년 이후 우리 기업들이 돈을 많이 벌어 내부적으로 현금도 쌓여 있다. 사업 다양화도 잘 돼 있어 어느 정도 외부 충격을 흡수할 수 있다.

-그냥 매니저 하고 있었으면 속 편했을 텐데, 창업을 했다. 자문사 최고경영자(CEO)로 앞으로 성취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평생 운용을 하고 싶어서 창업 했다. 월급쟁이 매니저로는 나이 들면 떠나야 하니까...그만큼 주식이 좋았다. 당시엔 스트레스까지도 즐길 수 있는 체력과 정신력이 있었다. 지금도 후회는 안 하지만 상당히 부대껴야 하는구나 하는 생각도 가끔 든다.
고객들에게 '브레인'이라는 운용 툴을 활용 할 수 있도록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으면 좋겠다. 아직까지는 정체성을 잘 드러내지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CEO 박건영'은 '펀드매니저 박건영'때와 어떻게 달라졌나.

▶예전에는 두려움이 없었다. 시장과 타협할 줄도 몰랐다. 좋은 주식을 좋은 가격에 사고, 원치 않으면 팔았다. 지금은 두려움을 안다. 타협할 줄도 안다.

-평생 운용을 하고 싶다고 했는데, 사표로 삼고 있는 사람이 있나

▶박현주 미래에셋증권 회장이다. 특히 사람에 대한 안목과 투자를 존경한다. 박회장은 돈을 못 벌 때도 운용인력을 100명 이상 뽑아서 키웠다. 나 역시 설사 필요 이상으로 사람을 뽑았다 하더라도 그 중 제대로 된 한 사람이 나오면 다 먹여 살릴 수 있다고 생각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