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고용지표의 부진으로 달러가 약세를 나타내면서 달러 대비 유로 가치가 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22일(현지시간) 뉴욕 외환시장에서 유로화는 1.3784달러에 거래돼 전날 1.3682달러보다 상승했다. 이는 2011년 11월4일 이후 약 2년 만에 최고치다.
유로/달러 환율은 미국의 고용지표 발표 직후 1.37달러를 돌파했다. 9월 비농업 부문 신규 취업자 수가 시장 전망에 크게 못 미치자 양적완화가 유지되리란 기대감이 달러 약세를 부추겼기 때문이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이날 79.233으로 전날 79.674보다 하락했다.
그러나 달러 가치의 급락은 거꾸로 양적완화 축소, 이른바 테이퍼링을 앞당길 수도 있다고 일부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마켓워치는 2011년에도 달러 약세가 원유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의 상승을 불러왔고 이에 따른 물가상승 압력이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2차 양적완화(QE2)를 중단하는 배경이 됐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달러 약세에 따른 중국 위안의 상대적 강세는 재화 수입 비용 상승으로 이어져 인플레이션을 현실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달러가 약세를 띠면서 유로 가치는 급등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이 길고 긴 경기침체 끝에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이번 고용지표 부진이 유로 가치를 끌어올렸다.
유로존 경제는 지난 2분기 반등에 성공했고 최근 경제 지표들도 시장 전망을 넘어서는 실적을 내놓기 시작했다.
하지만 유로의 강세는 유럽 기업들의 수출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환율 차이에 따른 수익 악화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아르노 몽트부르 프랑스 산업부장관은 이날 일간지 '르파리지앵'과의 인터뷰에서 유럽중앙은행(ECB)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유럽 기업들을 위해 유로 조정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몽트부르 장관은 "유로화가 너무 비싸고 지나치게 강세다. 또한 독일 중심의 경향이 강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유로/달러 환율이 10% 떨어지면 프랑스는 국가 자산이 1.2% 늘고 12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되며 재정적자는 120억유로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ECB는 계속해서 고삐를 죄고 있는 상황이다. ECB의 대차대조표는 지난 9월 이후 23% 축소된 것으로 나타났고 유로존의 경상수지는 흑자를 보이고 있다.
UBS의 샤하브 자리누스 환율전략가는 "경상수지 흑자 증가세가 유로 가치를 떠받치고 있다"며 "ECB가 유로 강세를 막을 길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