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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온라인게임 르네상스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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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성인 기자 seol@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한국 온라인게임 르네상스 왔다

 

사진 위쪽부터 NHN이 만든 '테라', 네오플 '던전앤파이터', 엑스엘게임즈 '아키에이지'.
올 3월 우리나라의 ‘스마일게이트’란 게임 회사가 중국에서 신기록을 세웠다. 이 회사가 개발한 ‘크로스파이어’라는 FPS(1인칭 슈팅) 게임을 동시에 즐기는 사람(동시접속자)이 270만명으로 집계된 것. 그동안 중국 게임 ‘멍화시요우(夢幻西遊)’가 갖고 있던 기록(260만명)을 깨고 최고 인기게임으로 등극했다. 또 다른 게임 회사 네오플의 ‘던전앤파이터’는 중국·일본은 물론이고 미국으로 세력을 넓히면서 최근 전 세계 회원이 3억명을 돌파했다.

한동안 침체했던 국내 온라인게임 산업이 다시 힘차게 비상하고 있다. 주요 게임업체들은 지난해 최고 실적을 올렸고 대규모 수출 계약도 따내고 있다. 여기에 수년간 준비해왔던 대작들이 해외로 나갈 준비를 하면서 게임 업계에서는 “한국 온라인게임의 르네상스가 시작됐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연 매출 1조원 줄줄이 돌파 예고…“한국 게임 르네상스 시작”

한국 온라인게임은 ‘리니지’ ‘뮤’ 등을 시작으로 2000년대 중반까지 전성기를 누렸다. 게임 하나로 수백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회사들이 쏟아져나왔다.

하지만 2004년 말 미국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가 내놓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가 세계적인 히트를 치면서 온라인게임 ‘종주국’을 자처하던 한국의 위상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세계 최대의 게임시장으로 떠오른 중국에서 자국 게임이 득세하면서 한국 게임이 변방으로 밀려났다.

하지만 최근 들어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최근 신작 게임 ‘블레이드 앤 소울’을 중국 텐센트를 통해 서비스하기로 계약하면서 역대 최고 대우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개발비 400억원을 쏟아부은 NHN의 ‘테라’도 올해 해외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리니지’를 만든 ‘천재 개발자’ 송재경 XL게임즈 사장은 야심작 ‘아키에이지’를 국내외에 곧 선보인다.

게임업체들의 실적도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국내 최대 게임업체 넥슨의 지주회사인 NXC는 지난해 9343억원의 매출(연결재무제표 기준)을 달성했다. 영업이익은 4072억원으로, 이익률이 43%에 이른다. 100원을 팔면 43원이 남는다는 뜻이다. 국내 대표적인 전자업체 LG전자의 영업이익(1764억원)보다도 배 이상 많다. 이 회사의 매출 중 60% 이상이 해외에서 나왔다.

‘리니지’와 ‘아이온’을 앞세운 엔씨소프트 역시 지난해 6497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면서 창사 이래 최고의 실적을 냈다. 증권가에서는 엔씨소프트가 내년에 매출 1조원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개발능력·운영노하우·현지화가 ‘한국 게임의 힘’

한국 온라인게임의 강점으로는 오랜 서비스를 통해 축적한 개발 능력과 운영 노하우가 꼽힌다. 온라인게임은 그래픽 구현은 물론 캐릭터 동작, 공격·방어 시스템, 서버 운영능력 등이 조화를 이뤄야 안정적인 서비스가 가능하다.

국내 주요 게임업체들은 10년 이상 세계 각국에서 서비스를 진행하면서 현지 인터넷환경 사정에 맞는 콘텐츠 개발에 신경을 써왔다. 예를 들어 같은 게임이라고 해도 인터넷 접속 속도가 느리고 PC 성능이 좋지 못한 나라에서는 일부러 그래픽을 단순하게 고쳐서 서비스하는 것이다. 그래야 게임이 중간에 끊어지지 않고 원활하게 이어진다.

한국만의 ‘빨리빨리’ 문화도 성공에 기여했다. 한국 게임은 새로운 캐릭터나 장소(맵)를 가장 신속하게 업데이트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해외 유저에게만 제공되는 현지화 서비스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일례로 넥슨의 ‘카트라이더’와 ‘크레이지 아케이드 비엔비’ 같은 게임에는 중국인이 좋아하는 동물인 판다와 베이징의 자금성 등이 등장한다.

◆자만은 금물…미개척 시장·장르 다변화에 신경 써야

우리나라 게임은 대부분 중국의 유명 게임회사인 텐센트와 샨다 등을 통해 현지에서 서비스한다. 직접 진출했다가 현지 사정에 적응하지 못해 실패한 경험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우리의 파트너인 동시에 강력한 경쟁자이기도 하다. 직접 게임을 개발해 서비스하고 중국 게임도 유통한다. 중국 회사들은 과거 우리 게임을 흉내 낸 아류작을 쏟아내는 데 급급했지만 최근 들어 수준급의 자체 개발작도 속속 선보이고 있다.

시장과 장르를 다변화하는 것도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중국 등 아시아뿐만 아니라 온라인게임의 불모지로 불리는 유럽과 남미, 북미 등의 시장 개척에도 노력해야 지금과 같은 전성기를 이어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위정현 중앙대 교수(경영학)는 “한국 온라인게임 업체들은 주로 그래픽 등 기술개발에만 신경을 쓰는데, 총싸움게임·역할수행게임 외에 다양한 장르의 게임 개발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