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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 무역전쟁 가속…222조 韓수출 `덜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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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中보복관세 조치는 세계시장 질서 왜곡" 발끈…미중 무역 보복전 점입가경
중국산 제품 美수입 10%줄면 韓, 전기장비·IT·유화 등 對中 중간재수출 30조 감소
美농산물 中수출 길 막히면 韓시장 개방 압박 커질 듯


한국의 수출 대상국 1·2위인 중국과 미국이 본격적인 무역전쟁을 벌이면서 '고래 싸움에 낀 새우'인 한국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지난달 초 중국 등 수입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해 미국이 관세 폭탄을 부과하면서 촉발된 두 나라의 무역전쟁은 '이에는 이, 눈에는 눈'식으로 격화되는 양상이다. 미국의 관세 폭탄에 중국이 미국산 농산물에 대한 보복 관세로 맞불을 놓자 미국은 2일(현지시간)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린지 월터스 백악관 부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통해 "중국의 보조금 정책과 계속되는 생산 과잉이 철강 위기의 근본 원인"이라고 못 박았다. 이어 "중국은 공정하게 거래되는 미국 수출품을 겨냥하지 말고 미국의 국가 안보를 해치고 세계 시장 질서를 왜곡하는 불공정한 거래 관행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미국의 이러한 입장 표명은 중국 재정부가 국무원 비준을 거쳐 이날부터 돼지고기와 과일 등 미국산 수입품 128개 품목에 대해 고율 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데 따른 것이다.

중국이 미국산 농산물을 집중적으로 타격할 경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표밭인 농촌 지역구들이 피해를 보게 돼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악재로 작용할 수 있는 상황이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이번주 내 첨단기술 분야 상품을 중심으로 관세 부과 대상 중국산 수입품 목록을 발표할 예정이다. 두 나라 간 무역전쟁이 격화되면 미국의 중국 상품 수입이 줄면서 한국 수출의 주력인 중국으로의 중간재 수출이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로 인해 세탁기, 태양광 제품, 철강 등 주력 수출 품목이 고전하고 있는 가운데 산업계로서는 '이중고'에 시달릴 것으로 우려된다.

3일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이 격화되면 한국의 대중 수출이 약 30조원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김천구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행정명령에 서명한 대로 전체 중국 수입품의 약 10%에 해당하는 500억달러 규모 수입품에 대해 25% 관세를 부과해 미국의 대중 수입이 10% 감소할 경우 한국의 대중 수출액은 282억6000만달러(약 30조4900억원) 줄어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한국의 작년 대중 수출액(1421억2000만달러)의 19.9%, 총수출액(5736억9000만달러)의 4.9%에 해당한다.

한국의 대중 수출품목 중에서는 전기장비(-109억2000만달러), IT(-56억달러), 유화(-35억달러) 등이 상대적으로 피해가 큰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중국의 미국에 대한 보복 관세 부과는 한국의 대미 수출에 큰 영향이 없는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세계 산업연관표를 이용한 산업연관 분석을 통해 미국의 대중 관세 부과 조치와 중국의 대미 관세 부과 조치가 한국의 대중·대미 수출에 미치는 영향을 추정한 것이다.

경제적인 손실 외에 한국으로서는 가장 중요한 안보 파트너인 미국과 가장 중요한 경제 파트너인 중국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해야 한다는 게 큰 부담이다. 정인교 인하대 대외부총장은 "무엇보다 한국을 난처하게 만드는 것은 미국과 중국 모두 한국을 자기 편으로 만들고 싶어한다는 것"이라며 "한국은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를 피하면서 중국 시장도 지켜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고 분석했다. 실제 미국은 한국을 첫 번째 철강 관세 면제국으로 지정하면서 미국의 대중 무역전쟁에서 미국 편을 들어주길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역시 지난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한반도 배치에 따른 경제 보복을 풀면서 본격적으로 한중 경제협력 채널을 재가동하고 있다. 한국을 자기 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것으로, 향후 한국이 미국 편을 들면 제2의 사드 보복이 뒤따를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두 나라가 대화를 통해 무역전쟁을 끝내더라도 한국 경제에는 당분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최근 미국이 중국에 한국산 반도체 수입을 줄이고 미국산을 쓰라고 요구한 것을 중국이 받아들인 게 대표적이다. 한국 수출의 17.4%(작년 기준)를 차지하는 반도체 수출이 둔화되면 경제 전반의 최대 악재로 작용할 게 분명하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당장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보지만 장기화하면 반도체 호조를 바탕으로 회복하고 있는 한국 수출 전선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 서울 = 고재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