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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증시가 버블이라고? 천만의 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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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2개 증시 평균 25% 올라
원화 강세로 한국은 37% 급상승

최근 10년 평균 주가는 5.8% 하락
금융위기 직전 수준도 회복 못해
런던 아이(London Eye)
한해를 밝게 보고 싶지만 심상찮은 경보가 울리고 있다. 무역전쟁, 미국과 유럽의 정치 지도자들의 취약한 리더십,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 글로벌 유동성 감소 등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다. 돌이켜 보면 지난해 글로벌 주식시장은 아주 좋았다.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순간인 2009년 이후 최고였다. <표1>은 주식시장 62곳의 지난해 평균 상승률이다. 미국 달러 기준이다. 상승률 톱20은 모두 30% 이상 올랐다. 놀라운 성과다. 평균 상승률은 25% 정도다. 

단지 여섯 곳만이 마이너스 수익률이었다. 플러스 수익을 보인 시장 56곳 가운데 단 한 거래소를 제외하고 모두 두 자릿수 수익을 냈다. 최고 상승률을 자랑한 곳은 우크라이나, 카자흐스탄, 아르헨티나 등이었다. 일본 증시는 지금까지 맥 빠진 모습이었지만 지난해엔 23.6%나 올랐다. 상승률 순위 38위에 오를 정도다. 미국보다도 5단계나 높다. 미국의 상승률은 19.4%였다. 세계 전체 시장을 보면, MSCI글로벌지수는 21.6%, 신흥시장 지수 상승률은 34%나 됐다. 

한·중의 상승 가능성 미·일보다 커
한국 증시 실적도 놀라웠다. 서울 증시는 무려 37.4%나 올랐다. 주요 20개국(G20) 증권시장 가운데 상승률 순위 톱10이다. 아르헨티나와 중국 다음으로 많이 상승했다. 이런 놀라운 상승률 이면에는 제3의 힘도 작용했다. 원화 가치 상승이다. 원화 기준으로 서울 증시의 평균 상승률은 21.76% 밖에 되지 않는다. 반면 달러 기준으론 37.4%에 이른다. 원화 가치가 지난해 15.6% 오른 탓이다. 달러 자금을 쥔 사람이 한국에 투자했다면 한국인 투자자보다 더 많은 수익을 거뒀다. 실제 해외 투자자가 서울 증시에 번 돈 가운데 42%가 원화 가치 상승 덕분이다. 반면 다른 나라 증시의 상승에서 약달러 효과는 27.3% 정도였다. 원화 값이 다른 통화보다 더 많이 올랐다는 얘기다. 다만, 최근 10년 새에 원화 값은 달러와 견줘 눈에 띄게 약세였다. 해외 투자자들이 한국 증시에 투자했다가 번 돈 가운데 16%가 원화 약세로 사라졌다. 

주식 판에서 ‘10년 주가 상승은 조정받기 충분하다’는 말은 오래된 상식이다. 10년 호황 뒤엔 반드시 조정이 온다는 말은 아니다. 엔 2008년 1월 이후 10년 동안 주가 상승률도 들어있다. 결과는 뜻밖이었다. ‘10년 호황’이라고 할만한 상승률이 아니었다. 미국 주가는 10년 새에 84.7% 올랐다. 가장 많이 오른 증시는 아르헨티나였다. 부에노르아이레스 증시는 136% 뛰었다. 서울 증시는 상승률 톱20 가운데 7위였다. 도쿄 증시는 그 기간 동안 49% 올랐다. 맥 빠진 시장이란 탈을 벗을 만하다. 분석대상 62곳 전체의 상승률은 낙담할 만했다. 5.8%나 하락했다. 좀 더 범위를 넓혀 비교하면, 미국을 제외한 MSCI지수 편입 증시는 8.5%나 떨어졌다. 세계 증권시장 대부분이 금융위기 직전인 2008년 1월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세계 증시는 버블이라고 하기 힘들다. 

다만,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하기 위해선 10년 성과가 아니라 최근 실적을 눈여겨 봐야 한다. <표2>는 최근 10년과 2017년 미국, 일본, 중국, 한국 증시의 상승률을 견준 것이다. 미국과 일본의 10년치 주가 상승률은 지난해보다 훨씬 높다. 반면, 한국과 중국 주가는 지난해 더 많이 뛰었다. 시장의 판단은 분명한 셈이다. 한국과 중국의 미래 상승 가능성이 미국이나 일본보다 큰 것으로 보고 있다는 얘기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좌충우돌 트럼프, 감세라는 업적 남겨
올해 글로벌 시장이 맞닥뜨릴 수 있는 불안요인을 살펴볼 차례다. 최근 미국 중앙은행이 긴축을 본격화했다. 양적완화(QE)를 위해 사들인 채권을 되팔기 시작했다. 달러 흡수다. 지정학적인 리스크도 있다. 이 리스크는 최근 몇 년 동안 되풀이 됐다. 그 바람에 시장이 상당히 둔감해졌다. 이런 때 예상치 못한 갈등이 불거지면 시장이 신경질적으로 바뀔 수 있다. 또 무역분쟁 위험을 경고하는 목소리도 높다. 다만 무역분쟁이 무엇인지, 파장이 무엇인지에 대해선 전문가들도 입씨름 중이다.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급등 현상이 글로벌 금융시장의 또 다른 리스크다. 비트코인 값이 추락하면 적잖은 개인 투자자들이 손해볼 수밖에 없다. 다만, 이들 자산 손실이 금융시장 전체를 뒤흔들 만한 시스템 리스크는 아니다. 사실, 암호화폐 열풍은 액땜일 수 있다. 시장에 내재돼 있는 비합리적인 과잉 또는 투기 열풍을 발산시켜준 셈이기 때문이다. 

위험요인들과는 달리 좋은 일이 최근 있었다. 미국의 감세다. 기업의 법인세율이 눈에 띄게 낮아졌다. 감세가 미국 기업의 투자와 소비자들의 씀씀이를 늘릴 게 분명하다. 반대하는 쪽은 감세를 통한 경기 부양이 금리 상승을 초래한다고 주장한다. 감세가 결국엔 금융시장에 좋지 않을 것이라도 했다. 터무니 없는 소리다. 미국 감세는 주식과 채권의 가치 평가에 아주 긍정적이다. 미국 주가가 오르면 글로벌 주가 또한 상승한다. 

곧 한국 평창에서 겨울 올림픽이 열린다. 남과 북이 단일 깃발을 내세우고 입장한다. 지난해 이맘 때 한반도는 긴장이 고조됐다. 세계 평화를 위협할 정도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좌충우돌하기는 했지만 임기 첫해에 감세라는 의미심장한 업적을 남겼다. 그가 미국 최우선 정책을 목청껏 외치고 있지만 세계 교역이 침체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세계은행(WB)이 앞으로 몇년 동안의 세계 경제 성장률 예상치 상향 조정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이 3.7%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세계 경제가 완전히 회복한 것은 아니라는 경고를 덧붙이기는 했다. 

미국 프로야구의 레전드인 요기 베라는 미래를 예측하는 일은 특히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 모든 예상이 늘 정확하거나 쓸모있지는 않다. 하지만 시장의 여러 신호를 종합하면, 2008년 일어난 금융위기의 파장은 일단락된 듯하다. 최근 10년 동안 세계 경제는 꾸준히 회복했다. 글로벌 시장이 앞으로 요동하고 때로는 두려움에 빠질 수도 있지만 시장 전체가 하락하는 대대적인 조정 가능성은 크지 않다. 물론 이 예측이 틀릴 수는 있다. 

로리 나이트 : 스위스 중앙은행 부총재와 옥스퍼드대 경영대학인 템플턴칼리지 학장을 역임했다. 현재 영국의 대표적 투자자문사인 옥스퍼드메트리카를 이끌고 있으며, 템플턴 재단 이사로 투자위원회 의장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