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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장중 1,100원 붕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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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장중 1,100원 붕괴]원화 강세행진에도 '속도 조절'만...정부 환율스탠스 달라졌나


경제지표 호조·북핵 리스크도 잠잠...나홀로 강세 이어가

내수활성화 표방한 文정부...환율 급락해도 미세조정 그쳐

수출기업들 불확실성 줄이기 위한 정책적 노력 병행해야


빈난새 기자2017-11-16 17:38:38


코스피와 코스닥이 급등하고 원,달러 환율이 하락한 16일 중구 을지로 KEB하나은행 본점 글로벌마켓영업부 딜러들이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이호재기자.원화가 강세가 거침없다. 원·달러 환율은 장중이지만 지난해 9월30일 이후 처음으로 1,100원대가 무너지기도 했다.


원화 강세도 문제이지만 주목할 것은 하락의 속도다. 지난해 말 원·달러 환율은 1,212원50전(12월28일)이었다. 그러던 환율은 지속적인 강세 흐름을 이어가더니 16일에는 1,100원선마저 위협하는 상황이다. 더욱이 원화는 ‘나홀로’ 강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0월 이후 한 달 반 동안 달러 대비 원화 가치는 4%나 올랐다. 같은 기간 호주달러가 3.2%, 영국 파운드화가 1.7%, 일본 엔화가 0.2% 떨어진 것과 대조적이다. 달러 대비 가치가 오른 유로화, 말레이시아 링깃화도 상승폭이 각각 0.1%, 1.3%에 불과하다. 원화와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는 중국 위안화와 싱가포르 달러화도 각각 0.3%, 0.2% 절상되는 데 그쳤다.


시장은 원화가 왜 나홀로 강세를 보이는지에 대해 여러 해석을 내놓고 있다. 무엇보다도 우리 경제의 지표 호조와 불확실성 완화가 크다. 3·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전기 대비 1.4%로 지난 2010년 2·4분기(1.7%) 이후 최고였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이 호조를 보이면서 기업들의 영업 이익이 증가하고 있다. 여기에다 북한 리스크가 두 달째 잠잠하다는 것도 요인이다. 외국인의 투자가 그만큼 늘면서 달러 유입도 크게 증가함에 따라 원화 강세로 이어졌다. 여기에다 기축통화국인 캐나다와의 상설 통화스와프 체결 ‘낭보’도 원화 강세에 기름을 부은 꼴이 됐다. 그만큼 한국 외환시장이 안정적인 셈이어서 해외 투자자들에게는 매력적인 투자처가 되고 있는 것이다. 


시장은 이런 외형적 요소 이외 정부의 스탠스 변화도 주목하고 있다. 원화의 강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정부는 ‘속도 조절’ 이상의 반응은 보이지 않고 있다. 과거처럼 적극적인 시장 개입을 하지 않은 채 구두개입 수준에서 그치고 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의 움직임만 봐도 그렇다. 간밤 역외시장에서 유로화 강세와 달러 약세가 두드러지면서 원·달러 환율은 서울 외환시장이 개장하기도 전에 10원 가까이 떨어졌다. 이에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개장 전 “(달러 약세에) 과도한 쏠림이 없는지 시장을 면밀히 보겠다”고 구두개입성 발언을 하면서 내내 1,105원선이 유지됐지만 장 막판 매도 물량이 쏟아지면서 결국 오후 3시26분 1,099원60전까지 밀렸다. 놀란 외환당국이 곧바로 “환율 하락 속도가 지나치다. 매우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며 재차 구두개입과 스무딩 오퍼레이션(미세조정)을 한 결과 1,101원선은 회복됐다. 하지만 그 이상 올라가지는 못했다. 한 증권사의 외환딜러는 “장 막판 외환당국의 달러 매수 개입으로 추정되는 움직임이 있었지만 예상보다 규모가 작았다”며 “이대로라면 원·달러 환율이 내일 1,090원선까지 내려앉을 가능성도 있다”고 귀띔했다. 정부의 개입이 적극적으로 나오지는 않았다는 얘기다. 이명박 정부 이후 외환당국이 ‘고환율’ 정책을 펴면서 원화 강세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온 것과 정반대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환율정책 방향 자체가 과거와 달라졌다고 보고 있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달러 대비 원화 환율 하락은 내수 구매력을 높이고 내수기업의 비용부담을 줄이는 요인”이라며 “새 정부의 내수 확대 의지가 강한데다 세계 금융시장 흐름상 신흥국 통화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그런 흐름을 역행하면서까지 정부가 시장 개입을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수출이다. 수출대금으로 받아온 달러와 유로화 등의 외화를 원화로 바꿔야 하는 수출기업으로서는 원화 강세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실제 10월 이후 가팔라진 환율 하락세에 수출기업들은 수출대금 환전을 미루며 반전을 기다리고 있다. 실제로 한은에 따르면 10월 말 기준 거주자 외화예금은 전달보다 96억2,000만달러 늘어난 732억8,000만달러로 잔액과 증가폭 모두 최대 기록을 냈다. 하지만 당분간 원화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데다 정부의 개입도 소극적으로 돌아서면서 수출기업들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다만 환율 하락세에도 세계 경기 호황에 힘입어 수출이 꾸준히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 원화 강세를 용인하는 정부의 정책 방향을 뒷받침하고 있다. 문 연구원은 “현재 글로벌 경기 사이클이 상승 사이클의 중반 정도에 와 있다고 본다”며 “내년까지 글로벌 수요와 우리나라 수출은 호조를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럼에도 수출기업들의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한 정부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경원 우리은행 선임연구원은 “수출물량이 받쳐준다면 원화 강세도 무조건 나쁜 건 아니다”라면서도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주의와 통상마찰 가능성에 수출기업들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원화 강세는 불안을 더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빈난새기자 binthe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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