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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하루 소비량' 美 정유시설 '가동중단'...세계시장도 '비상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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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뉴욕=송정렬 특파원] [허리케인 '하비'로 인해 텍사스 걸프코스트 정유시설 3분의 1 가동중단...항만폐쇄로 휘발유·천연가스 수출길도 막혀 ]

허리케인 ‘하비’가 미국 석유·정유산업의 심장부이며 셰일 혁명 이후 세계의 연료 공장으로 불리는 텍사스주 휴스턴을 강타하면서 그 여파가 미국을 넘어 전세계 에너지시장으로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텍사스주 걸프코스트지역에 위치한 정유시설의 가동이 중단되면서 미국내 휘발유가격이 급등했다. 항만폐쇄로 휘발유·등유·천연가스 수출길이 막히면서 전 세계 에너지시장에도 혼란이 커지고 있다. 

◇‘하비’ 여파로 브라질 하루 정제제품 소비량 이상의 정유시설 가동중단

허리케인 하비로 인해 텍사스지역 정유공장의 3분의 1이 30일 기준으로 가동을 중단했다. 시장조사업체인 IHS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안오일의 모티바 정유공장, 엑슨모빌의 베이타운 정유공장 등 미국내 최대 정유시설 2곳을 포함해 12개 이상의 정유공장이 하비의 타격을 입었다. 텍사스 정유시설은 하루 560만 배럴을 정유할 수 있다. 이는 하루 1300만 배럴을 정유할 수 있는 미국 전체 정유시설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비중이다. 

시장전문가에 따르면 하루 300만 배럴 이상을 정유할 수 있는 규모의 텍사스 정유시설이 30일 오전 기준으로 가동중단 상태에 있다. 이는 인구 2억명을 보유한 브라질의 하루 석유제품 소비량을 웃도는 수치다. 

항만도 폐쇄됐다. 휴스턴항만당국은 해운업체들에 대형선박의 입항이 내달 2일까지 폐쇄될 것이라고 공지했다. 미 해안경비대 관리들은 대형 컨테이너선과 원유수송선이 안전하게 휴스턴 항만으로 연결되는 휴스턴선박운하를 항해하려면 수주일이 걸릴 수 있다고 밝혔다. 

심지어 화학공장이 폭발위험에 처하는 등 하비로 인한 홍수여파는 계속 확산되고 있다. 휴스턴에서 북동쪽으로 40km 떨어진 프로즈비에 있는 화학업체 아케마의 화학공장에서 31일 폭발이 일어났다. 회사 측은 “홍수로 냉방장치가 고장나 대형 폭발이나 화재를 막을 방법이 없다”고 밝혔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보도했다. 

허리케인 하비는 주로 에너지 관련시설을 중심으로 휴스턴 지역 인프라에 100억 달러의 피해를 입할 수 있다고 아담 카민스 무디스 어낼리틱스 경제학자는 추산했다. 에너지업체를 포함해 기업들도 100억 달러 규모의 생산손실을 입을 수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들썩이는 휘발유 가격....휘발유선물 2015년 7월 이후 최고치

정유공장 가동중산으로 인해 이미 걸프코스트지역의 휘발유와 다른 연료 가격은 급등했다. 공급부족은 걸프코스트지역에서 연료를 공급받는 오스틴부터 애틀란타, 시카고까지 미국내 다른 지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일부 텍사스지역 주유소들은 이미 공급부족을 호소하고 있고, 일부 사재기 현상도 일어나면서 연료 가격은 미국 전역에서 갤런당 5~30센트가량 올랐다고 밝혔다. 

130cm에 달하는 기록적인 폭우는 또한 정유공장에서 동네 주유소까지 연료를 수송하는 물류망을 구성하는 핵심시설인 송유관, 연료저장대, 수송로에도 타격을 입혔다. 송유관 관리업체인 콜로니얼 파이프라인은 31일까지 휴스턴에서 뉴저지까지 5500마일에 달하는 송유관을 폐쇄한다고 밝혔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9월분 휘발유선물은 31일 갤런당 25.5센트(13.5%) 상승한 2.140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2015년 6월 이후 최고가다. 휘발유 가격은 이달에만 28% 급등했다. 


◇텍사스, 셰일혁명 후 세계 연료공장으로 부상...세계 시장도 ‘비상등’

텍사스의 가동중단은 전세계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셰일 혁명 이후 전세계 에너지시장에서 미국의 역할이 매우 커졌기 때문이다. 

셰일 혁명 이전 멕시코만에서 발생하는 허리케인은 미국의 원유와 정제제품 공급에 혼란을 일으켰고, 미국내 원유와 휘발유가격을 상승시켰다. 하지만 셰일 혁명은 미국을 세계 최대의 정제제품 수출국으로 변신시켰다. 

제이슨 보도프 콜롬비아대학 글로벌에너지정책센터 소장은 “하비는 셰일시대에 텍사스 걸프코스트지역이 세계에너지시스템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증명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걸프코스트 지역은 멕시코와 브라질로 휘발유를 수출하고, 유럽으로 경유를 공급하는 등 세계의 연료공장이 됐다. 

지난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미국을 타격했을 때 미국은 휘발유와 다른 정제제품의 최대 수입국이었다. 하지만 현재는 정제제품의 최대 수출국이다. 미국은 여전히 원유의 순수입국이지만, 셰일 시추로 인해 향후 10년 내 세계 최대의 저유황원유 수출국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셰일 시추로 천연가스가 남아돌면서 액화천연가스(LNG)수출을 시작했고, 수출량을 확대하고 있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미국의 LNG 수출량은 지난해 하루 5억 입방피트에서 2030년 120억 입방피트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에드 모스 시티그룹 상품러시치 글로벌 팀장은 “미국이 LNG 수출을 더욱 확대하면 허리케인은 글로벌 에너지 공급에 더욱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미국이 주요 공급자가 되는 것은 (세계 에너지시장의) 변동성을 줄여줄 것으로 예상됐지만, 실제로는 시장에 변동성을 확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