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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dgewater의 대표, Ray Dalio의 칼럼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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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헤지펀드 중 하나인 Bridgewater의 대표, Ray Dalio의 칼럼 번역

도날트 트럼프가 당선된 직후, 시장은 무척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시장 흐름은 트럼프의 무책임한 면보다는 정책적인 면모에 집중되면서 곧바로 역전되었다. 이는 시장 주도세력의 변화 때문이다. 대선 이후 시장을 주도한 것은 대부분 대선 결과가 확정될 때까지 탄환을 아껴뒀다가, 당선인이 확정되자마자 행동 개시에 나선 사람들이다. 우리 브릿지워터 역시 트럼프 당선 여부나 극단적 정책실행 여부 등에 대해 미리 베팅하지 않은 케이스다. 스스로 이런 종류의 예측에 강대적 강점이 없다고 봤기 때문이다. 대신 우리는 ‘베팅을 하지 말아야 할 때가 언제인지’ 정확하게 파악해 성공 확률을 높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트럼프의 정책이 전세계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대선 이후 드러난 트럼프의 발언이나 장관 인사, 각종 피드백들을 통해 차기 행정부의 성격을 나름 짐작하고 있으나 현 시점에서 이럴 것이라고 단정짓는 것은 시기상조다. 그러나 우리는 1) 트럼프의 이데올로기 자체와 2) 관련 정책을 실현시킬 수 있는 능력으로 구분하여 향후 나타날 시장 흐름을 평가할 수 있다.

첫째, 이데올로기 측면이다. 트럼프 행정부 시대에는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시대와 유사한 ‘보수주의로의 전환’ 흐름이 예상된다. 트럼프는 국내 전통 제조업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친기업적, 보호무역 정책을 강조하고 있다. 따라서 지금까지 우리가 보아왔던 시대가 ▲ 세계화와 자유무역의 진전, 상대적으로 긴축적인 재정정책, 낮은 성장률과 저물가, 저금리가 동반되었다면 이제부터 도래할 시대는 ▲ 세계화와 자유무역의 후퇴, 공격적인 재정정책, 높은 성장률(미국), 고인플레, 금리 상승 등의 특징을 가지게 될 것이다.

요점은 트럼프의 당선으로 새로운 10년 주기가 시작되는 변환점에 도달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이는 마치 1) 인플레이션 압력이 없던 1960년대에서 갑자기 스태그플레이션이 급격하게 유발됐던 1970년대로 넘어가고 2) 이후 다시금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디스인플레이션과 강한 성장률의 시기가 나타난 것과 유사한 흐름이
다. 역사가 반복된다는 의미까진 아니지만, 이제 금융시장과 경제 전체가 우리가 익숙했던 패턴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나리오를 그리게 될 것이라는 뜻이다.

이러한 주장을 보다 쉽게 이해하기위해 아래의 표를 참고하길 바란다. 아래 표에서 확인할수 있는 포인트는 1) 이런 경제 환경은 변곡점이 올 때까지 약 10년 정도 지속된다는 것, 2) 시장 움직임은 이러한 환경을 반영한다는 점, 그리고 3) 시장이 오랫 동안 한 쪽 방향이 강화되다 보면 자아도취(confidence and complacency)가 시작되고, 결국엔 그 반대 방향으로 역풍이 크게 불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데올로기와 환경 변화로 미루어 볼 때, 채권시장의 30년 랠리는 마무리되었을 가능성을 매우 높아 보인다. 동시에 인플레이션과 실질금리 역시 구조적 저점을 찍었다고 판단된다. 이러한 30년 간의 장기 상승장에 되돌림이 시작되면 멈출 수가 없게 된다. 알게 모르게 한 쪽으로 포지션이 쏠려 있었던 투자자들이 손해를 보기 시작하면, 그 포지션을 조정하면서 추세의 자기강화적(self-reinforcing) 성격이 더욱 강해지고, 그 포지션이 완전히 털릴 때까지 지속되기 때문이다.

이번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많은 투자자들은 지속된 금리 인하로 채권가격 상승을 커버하기 위해 다이나믹 헷징 전략(Dynamic Hedging)을 구사하고 있었다. 그러나 트럼프 당선으로 인해 이들은 손해를 크게 봤고, 앞으로 단기매매나 숏 포지션으로 전향할 가능성이 커졌다. 채권의 실질 듀레이션이 길어졌기 때문에, 가격 변화가 커지기 때문이다. 연준을 비롯한 중앙은행들은 금리 인상을 단행하게 될 가능성이 커졌고, 향후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의 방향이 엇갈릴 확률도 상당해졌다. 미국 성장률의 상대적 강세, 미국 통화정책의 상대적 긴축 모두 강달러의 근거다. 여기에 추가해 성장률에 힘을 보태줄 재정확대 정책, 법인세 인하, 규제 완화 등은 주식에 긍정적이다. 다
국적 기업들보다는 내수주가 수혜를 많이 보긴 하겠지만 말이다.

이 시점에서 중요한 질문은 명목금리, 나아가 실질금리의 상승 및 리스크 프리미엄의 상승이 언제쯤 여타 자산군에 타격을 입할 것이냐일 것이다. 이는 인플레이션과 성장률이 어느 정도 조화를 이뤄가느냐에 달려 있으나, 일단 주제에서 너무 벗어나면 안되므로 여기까지만 해둔다.

둘째, 트럼프 행정부의 실행 능력 관점이다. 경제적 관점에서만 보자면 트럼프 행정부는 실행 능력 측면에서 상당히 우수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인사들 대부분이 경제가 어떤 원리로 작동하는지 이해하고 있는 인물들이다. 합리적인 계산을 할 줄 아는 사람인만큼 경제를 무모하게 벼랑 끝으로 내몰지는 않을 것이다. 앞서 지
적했다시피 모든 것을 단정짓기는 아직 무리가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러한 큰 이데올로기 변화를 주도할 인물이 누구이든간에, 시장은 상당히 큰 변혁을 겪을 것이라는 점이다.

결론적으로 우리는 이데올로기 변화는 명백하다는 점, 그리고 이 변화의 중대함이 상당하다는 것;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걱정하는 것과 달리 트럼프 정부의 ‘미치광이적 요소(craziness factor)’들이 정책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오히려 이러한 이데올로기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 매우 유능한 정책 입안자들이 나타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