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아이디어의 즐거움/재미있는 꺼리

세계권력 실체 밝힌 윌리엄 엥달 저서 '화폐의 신'

728x90

세계권력 실체 밝힌 윌리엄 엥달 저서 '화폐의 신'
미국 연방준비제도 중심으로 화폐권력 구조 탐색

(서울=연합뉴스) 임형두 기자 = 흔히들 황금만능주의라고 한다. 돈만 있으면 안 되는 게 없다는 뜻이다. 인간은 돈을 만든 뒤 주인 자리를 물려주고 그 종이 됐다. 대표적 물신(物神)이 바로 돈이라고 할 수 있는 것.
미국은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최강국이다. 이 미국의 패권은 두 개의 기둥이 버텨준다. 적수가 없는 국방부의 독보적 군사력이 그 하나요, 세계경제를 쥐고 흔드는 뉴욕 월가의 거대한 화폐권력이 그 둘이다.
특히 화폐권력은 가히 신의 경지에 올라 있다. 세계경제는 뉴욕 증시 상황에 신경을 곤두세운 채 일희일비한다. 물론 월가를 좌지우지하는 주체는 막강한 화폐권력이다. 구순 나이를 넘긴 미국 전 국무장관 헨리 키신저는 자신의 전성기인 1970년대에 일찌감치 예언처럼 외쳤다. '화폐를 장악하라. 그러면 전 세계를 장악할 것이다'고.



경제전문가 윌리엄 엥달은 저서 '화폐의 신'에서 현대사를 쥐락펴락해온 화폐권력의 실체와 역사를 깊이 파헤친다. 화폐가 권력의 도구로 떠오르게 된 역사를 추적함으로써 오늘날 세계를 주무르는 진짜 권력이 누구인지 속속들이 탐색한다.
뉴스에 자주 나오는 세계경제권력이 있다. 바로 미국 '연방준비제도'다. 하지만 이 기구가 언제 어떻게 탄생했고 그 실제 주인이 누구인지 정확히 아는 이는 뜻밖으로 별로 없다. 그저 막연히 미국 정부가 통제하는 국가기관 정도로 어림짐작할 뿐.
그 탄생 과정을 보면 화폐권력이 정치권력의 우위에 있음을 알 수 있다. 전세계 현대사를 좌우하는 연방준비제도는 100여년 전인 1913년에 생겨난다. 당시 공화당원이 장악한 미국 상원은 압도적 찬성률로 이 법을 통과시켰고, 민주당 소속의 우드로 윌슨 대통령은 통과된 법에 서명한다.
연방준비제도는 의회와 정부의 손을 거쳐 탄생했으나 이후 독자적 주도권을 확보한 채 정부는 물론 세계경제를 뒤흔든다. 대표적인 예가 연방준비제도 결정이 대통령이나 행정부, 그리고 의회의 비준을 받을 필요가 없다고 명시한 법 조항. 대신에 이 법에는 모든 미국 은행들의 통화정책에 대한 전면적 권한을 뉴욕 연방준비은행과 그 이사진에 부여토록 못박았다.





그렇다면 이 연방준비은행을 이끌어가는 엔진이자 방향타인 이사진은 누구일까? 다름아닌 월가의 머니트러스트다. 끼리끼리 파벌을 형성하고 있는 극소수의 이들 금권 엘리트는 철저한 내부자 조직으로 움직이면서 미국 정부 정책은 물론 세계 경제를 들었다 놨다 한다.
이들이 실질적 주인인 연방준비제도는 화폐를 제조할 뿐 아니라 폐기할 수 있는 권한까지 확보했다. 어느 기관으로부터도 견제받지 않는 구조를 유지한 가운데 내부조직을 장악한 민간은행가들이 임의로 통화량을 늘리거나 줄이는 등 전권을 행사해온 것.
세상만사는 균형과 조화가 생명이다. 이는 견제와 감시가 있을 때 가능하다. 금융도 마찬가지. 저자는 어느 기관으로부터도 견제받지 않는 구조인 연방준비제도의 실제주인 민간은행가들은 돈이 되기만 하면 전 세계를 전쟁터로 만들기도 한다고 주장한다. 2007년 봄의 모기지담보부증권에서 초래된 세계적 금융위기도 이들의 탐욕 때문이었다고 비판한다.
이 대목에서 연방준비제도 운영의 주도권을 쥔 민간은행가의 실체가 궁금해진다. 국제금융업자 또는 상업은행가로 불리는 이들은 바로 베어링스, 로스차일드, 슈뢰더, 모건, 와버그, 시프, 맬릿, 셀리그먼 등. 다시 말해 연방준비제도 회원은행들의 지분을 소유한 민간의 금융 엘리트 집단이 키신저의 말처럼 화폐를 장악함으로써 전 세계도 장악하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화폐의 신'의 한없는 탐욕을 꼬집는다. 월가에 포진한 이들 이해집단은 자신의 끝모를 허기를 채우려 미국 중산층의 삶을 뒤흔들 뿐 아니라 전 세계를 고통의 늪으로 밀어넣기도 한다고 탄식한다. 국가간, 계층간 빈부격차를 극대화함으로써 대다수 중산층과 빈곤층을 질곡에 빠뜨려온 신자유주의 광풍은 이들의 '발명품'이었다.
저자는 "석유를 장악하라. 그러면 전 세계 국가를 장악할 것이다. 식량을 장악하라. 그러면 전 세계 인민을 장악할 것이다. 화폐를 장악하라. 그러면 전 세계를 장악할 것이다"는 키신저의 말에 초점을 맞춰 그동안 집필활동을 해왔다. 이번 국내 출간된 '화폐의 신'은 '석유지정학이 파헤친 20세기 세계사의 진실'과 식량 문제를 다룬 '파괴의 씨앗 GMO'에 이은 3부작의 완결판. 참고로, 키신저는 막강한 금권세력인 록펠러가(家)의 추종자였다.
김홍옥 옮김. 도서출판 길. 576쪽. 2만8천원.